
한국 여자가 체위를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하는 이유
며칠 전 남자인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매우 흥미로운 대화를 했다. '여자애들은 왜 잠자리에서 요구를 하지 않냐'는 것.
머리속에서 순간적으로 한 바퀴 사고회로가 굴러갔고 물음표가 스쳤다. 나는 원하는게 있으면 다 말하는데?
상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열에 아홉은 원하는 체위나 행위를 말하거나 유도한다. 그런 다음 상대의 반응에 따라 점차적으로 수위를 올리거나 너무 떨떠름한 반응이면 포기하거나 하는 편.
끼리끼리라고 그랬는가... 친하게 지내는 동성 친구들과 섹스라이프에 대해 얘기하면 어느 정도는 원하는 체위에 대해 요구하는 것 같았단 말이지. 하지만 내 주위를 떼어놓고 일반적인 값으로 떠올려보자면 한국 여자는 체위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편은 확실히 아닌것 같긴 하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그냥 이건 한국의 정서적, 문화적인 요인이다. 요즘은 덜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없지 않고 여자는 조신해야한다는 기저의식이 깔려있다.
나조차도 어릴 때 '생리대의 피가 보이는 건 내 치부를 보인다는 것과 같다.', '내 이상형은 내 술잔이 비어져있지 않게 따라놓아 주는 여자.' 라는 말을 듣고 그렇구나~하며 끄덕였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그게 무슨 개소리야? 싶음. 생리혈이 왜 치부가 되는 것이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피가 보이지 않게 감싸두는 것은 타인이 보았을 때 기분이 좋을 리 없으니 매너의 일부이잖는가. 또 지는 가만히 있으면서 왜 여자가 따라놓아야 한다는 거냐고ㅋㅋㅋ 심지어 저 새끼 저 말 할 때 18살이었다.
이 글의 주제와 크게 상관이 없을 수 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뉘앙스의 모든 것들이 여자들을 보수적이고 개방적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살아오며 깊숙히 스며들어서 그게 당연스럽다.
내가 원하는 체위가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나도 애무를 받고 싶은데 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좀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하지만 그 무엇도 표현하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잠자리가 끝난 적이 있는가? 빨아줘, 애무해줘, 이런 자세로 해줘, 난 이렇게 움직이는 게 좋아!!!! 제발 요구 좀 하세요들.

성적인 욕망을 요구하고 표현하는건 자연스러운 거다. 전혀 부끄러운게 아니다. 섹스는 솔직하고 자유롭게 즐겨야 한다.
또 신음도 굳이 참는 여자들이 있던데 그 소리 좀 낸다고 해서 세상 무너지지 않는다. 신음소리를 낸다고 해서 파트너가 나를 천하의 싸구려로 보지 않는다고. 목석보다 요부가 백배 천배 일억배 낫다.
당신의 쾌락을 제한하지 마라. 억누르지 마라.
즐기자고 하는 건데 기왕이면 당당하게 요구하고 만족스럽게 좀 하자구.
나 (한국에서말하는)페미 아니다